글로벌 리테일이 반응한 국내 향수 브랜드
국내 인지도 없이 해외에서 먼저 성과를 낸 한국 브랜드들을 정리했습니다. BoF 어워드 수상, 세포라 진입 사례를 통해 글로벌 리테일이 반응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대형 채널 진입 시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Sep 23, 2026
3줄 요약
1️⃣ 국내에서 검증받은 뒤 해외로 나간다는 순서, 이제 달라졌습니다.
2️⃣ 글로벌 리테일이 반응한 지점은 브랜드의 관점과 실행 일관성입니다.
3️⃣ 대형 채널 진입 구간에서는 정체성을 유지한 채 진입용 라인을 따로 만드는 조정이 생겼습니다.
해외 성과가 먼저 나온 한국 향수 브랜드들
올해 6월 말, 미국 나파밸리에서 열린 Business of Beauty Global Awards 2026에서 아티스틱 퍼퓸 브랜드 본투스탠드아웃이 수상했습니다. 올해 처음 개설된 'Established Track'의 Creative Execution Award 부문이었고, 브랜드 측은 한국 브랜드로는 첫 수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본투스탠드아웃은 론칭 이후 약 80개국의 하이엔드 채널을 확보했습니다. 영국의 셀프리지스와 해롯즈, 파리 프랭탕. 그리고 올해 미국 세포라 입점을 완료했습니다. 2022년 매출 3억 원에서 출발해 올해 1,200억 원 목표를 바라보는 브랜드.
다만 국내 대중 인지도는 이 성과에 비해 아직 덜 알려진 편입니다. 국내에선 이름이 낯선 편인데 밖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 이게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그런데 이건 결과가 아니라 설계에 가깝습니다. 본투스탠드아웃의 창업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 비싼 가격대로 국내에서 성공이 가능할까라는 회의적인 시선과 싸워야 했고, 그래서 애초부터 국내가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 향했다"고 말했습니다.
가격이 그 판단의 핵심이었습니다. 이 브랜드의 향수는 50mL에 26만원, 100mL에 36만원으로 바이레도나 르라보보다 비쌉니다. 따라서 효능이나 가격 경쟁력으로 제품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K뷰티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국내 검증 → 해외진출 순서 깨졌다
해외 진출, 이제 순서도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엘로리아는 아예 국내 단계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부부가 한국의 향 문화가 글로벌에서 제대로 이야기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으로 뉴욕에서 창업했고, 2023년 여름 맨해튼 소호에 플래그십을 열었습니다. 프리시드 75만 달러와 2022년 시드 200만 달러에 이어 올해 초 500만 달러를 추가로 유치해 누적 투자액이 775만 달러에 이릅니다.
넌픽션은 서울 한남동에서 시작해 국내에 기반을 두고 밖으로 넓힌 경우입니다. 올해 봄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오차드 스트리트에 첫 북미 매장을 열었는데, 차해영 대표는 이 동네가 브랜드가 시작된 한남동과 닮아 있어 일찍부터 첫 미국 매장 후보로 두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자연과 기억을 향으로 옮기는 브랜드 '취'는 매장이 아니라 유통으로 나간 경우입니다. 조선시대 가마 모양 뚜껑 같은 디테일로 알려져 있고, 영국 스킨큐피드와 네덜란드 부지숍 같은 해외 K뷰티 편집숍에서 취급됩니다.
국내 향수 수출액, 개별 브랜드의 운이 아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향수 수출액은 923만 7,000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 461만 8,000달러와 비교하면 1년 만에 두 배입니다.
1~7월 누적은 5,131만 4,000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 5,611만 5,000달러의 91%에 이릅니다. 7개월 만에 작년 한 해 실적에 맞먹은 셈입니다. 같은 기간 수출 중량도 1,120톤으로 143% 늘어, 단가가 오른 게 아니라 물량 자체가 늘었습니다. 2022년 1,720만 6,000달러였던 것이 3년 만에 3배 이상이 됐고, 그동안 중국과 일본에 몰려 있던 판로가 북미와 유럽, 중동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제도적인 신호도 같이 나옵니다. 이번 달 피렌체 스타치오네 레오폴다에서 열린 Pitti Fragranze에는 260개가 넘는 브랜드가 참가했고 그중 약 75%가 이탈리아 외 국가였습니다. 여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협업한 'Code Korea@Fragranze' 특별관이 처음 마련됐습니다.
글로벌이 반응한 요소: 국적이 아니라 브랜드 관점
본투스탠드아웃은 조선백자에서 착안한 화이트 세라믹 용기에 대비되는 적색 레터링을 얹고, 파격적인 제품명을 붙입니다. 창업자가 밝힌 목표는 명확합니다. 호불호가 강한 브랜드가 되고 싶다며, 싫어하는 향이라도 발견한다면 성공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스쳐 지나가는 제품이 아니라 뇌리에 남았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보편적인 향으로 호불호를 줄이려는 일반적인 접근과 정반대입니다. 탬버린즈는 젠틀몬스터의 창작 세계에서 나온 브랜드답게 매장을 조각과 기계 장치로 채운 설치미술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쿠오카는 미식과 파인다이닝을 컨셉으로 향을 구성합니다.
세 브랜드 모두 'K'를 앞세우기보다 각자의 관점을 앞세웠습니다. 그 관점이 한국에서 나온 것일 뿐입니다.
이는 심사 기준에서도 확인됩니다. BoF 어워드는 외형적 매출 지표보다 브랜드 정체성의 일관성과 독창적인 실행력을 핵심 가치로 두고 차세대 리더 브랜드를 선정합니다. 세포라와 레어 뷰티, 아무아쥬 등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심사를 맡았고, 부문 이름 자체가 '창의적 실행력'이었습니다.
대형 채널 진입 시의 제품 라인·채널 순서 설계
관점만 지키면 된다는 결론으로 끝나면 현실과 거리가 생깁니다. 확장 구간에서는 계산된 조정이 함께 일어납니다.
본투스탠드아웃이 세포라에 들어갈 때, 세포라는 이 브랜드의 엑스트레와 일부 오 드 퍼퓸이 "too artistic(너무 예술적)"이라는 피드백을 줬습니다. 본투스탠드아웃 창업자는 세포라 고객을 따로 연구한 뒤, 이해하기 쉽고 쓰기 편하면서도 브랜드 DNA는 유지하는 별도 라인 'Eau Intimité'를 개발했습니다. 세포라에는 오 드 퍼퓸 6종과 이 Intimité 5종을 합쳐 11종으로 진입했고, Intimité는 세포라 외에는 해롯즈에서만 판매합니다.
기존 제품을 낮춘 것이 아니라 진입용 제품을 따로 만든 방식입니다.
채널 순서에서도 비슷한 설계가 보입니다. 2019년 서울 성수동에서 출발한 향수·보디케어 브랜드 쿠오카는 파인다이닝과 식재료에서 영감을 얻은 조향을 특징으로 하는데, 일본과 홍콩, 대만의 프리미엄 편집숍을 거쳐 북미 니치 향수 유통업체 럭키센트 입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매출은 2023년 10억원에서 지난해 65억원으로 2년 만에 6.5배 늘었고, 올해는 1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성과를 근거로 달바글로벌이 쿠오카스킨에 96억원을 투자해 상환전환우선주로 지분 33.61%를 확보했고, 발행일로부터 3년 뒤 잔여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함께 확보했습니다.
정체성은 유지하되 진입 제품과 채널 순서를 별도로 설계한다. 향수 카테고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같은 사고가 유통에서도 반복됩니다. 본투스탠드아웃의 창업자는 국가별로 가장 럭셔리한 채널에만 들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단기 매출을 위해 유통 채널을 무분별하게 늘리면 희소성이 반감되고 브랜드 파워도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약 70개국에 나가 있으면서도 국내 오프라인 매장은 한남동·삼청동 플래그십과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뿐입니다. 넓게 나가되 얇게 깔지 않는 구조입니다.
제품은 채널에 맞춰 바꾸지만, 채널의 격은 낮추지 않는다. 제품과 유통 양쪽에서 같은 원칙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 전 점검할 세 가지 질문
우리 브랜드의 관점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 위 사례들의 공통점은 관점이 먼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문장이 없으면 어느 시장에서든 차별점을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그 관점을 먼저 알아볼 곳이 국내가 맞는가. 취향이 세분화된 시장일수록 뾰족한 브랜드에 반응이 빠릅니다. 국내 인지도 확보를 선행 조건으로 두는 것이 항상 최적 경로는 아닐 수 있습니다.
대형 채널에 들어갈 때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기준을 미리 정해두면 바이어 피드백을 받았을 때 조정 범위를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덧붙여야 공정합니다. 이 글에 나온 건 모두 성과를 낸 브랜드입니다. 같은 순서로 나갔다가 자리 잡지 못한 브랜드는 기사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하면 된다"가 아니라 "순서가 달라지고 있다"까지로 읽으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인지도를 만드는 실행 단계: 시딩과 초기 마케팅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본투스탠드아웃이 세포라 데뷔에 맞춰 준비한 건 대규모 시딩과 전략적 페이드 미디어, 이벤트, 그리고 Sephoria(세포라 주최 축제) 참여였습니다. 인지도와 신뢰, 문화적 존재감을 동시에 쌓기 위한 설계였다고 브랜드 측은 설명했습니다.
관점이 뚜렷하다고 해서 저절로 알려지지는 않습니다.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이 결국 남습니다.
누리라운지가 하는 일이 정확히 그 간극을 메우는 일 입니다
제품이 좋고 브랜드 관점이 뚜렷한데 알려지지 않는 상황, 저희가 가장 많이 만나는 문제입니다.
누리라운지는 글로벌 크리에이터 시딩과 틱톡어필리에이트 서비스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실제로 닿는 지점을 만듭니다. 어떤 크리에이터가 브랜드 결에 맞는지, 어떤 메시지로 나가야 제품이 제대로 읽히는지부터 함께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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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Business of Fashion — Business of Beauty Global Awards 2026 수상자 발표(2026년 6월 29일) 및 파이널리스트 발표(2026년 5월 19일)
Glossy, 2026년 2월 10일
Fragrance Passion, Beauty Marketing IQ, Cent Magazine, Osswald, Niche Beauty
Beauty Independent — 넌픽션 북미 매장 보도, 엘로리아 투자 유치 보도(2026년 1월)
Highsnobiety — 차해영 대표 인터뷰
Carnegie Mellon University — 엘로리아 창업 배경
스킨큐피드(영국) 브랜드 소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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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조선비즈 2026년 7월 30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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